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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노인과 바다 (작가: 해밍웨이)

by 별을 읽다 2023. 11.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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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간 청새치와의 사투: 노인과 바다 이야기

그는 멕시코 만류에서 조각배를 타고 홀로 고기잡이하는 노인이었다.

여든 날 하고도 나흘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낚지 못했다. 

처음 사십일 동안은 소년이 함께 있었다.

그러나 사십일이 지나도록 고기 한 마리 잡지 못하자 소년의 부모는 이제 노인이 누가 뭐래도 틀림없이 '살라오'가 되었다고 말했다.  '살라오'란 스페인 말로 '가장 운이 없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소년은 부모가 시키는 대로 다른 배로 옮겨 타게 되었는데, 그 배는 첫 주에 큼직한 고기를 세 마리나 잡았다.

소년은 날마다 노인이 빈 배로 돌아오는 것을 보고 가슴이 아팠다.

그래서 늘 노인을 마중 나가 노인이 사려 놓은 낚싯줄이며 갈고리며 작살이며 돛대에 둘둘 말아 놓은 돛 따위를 나르는 일을 도와주었다. 돛은 여기저기 밀가루 부대 조각으로 기워져 있어서 돛대를 높이 펼쳐 올리면 마치 영원한 패배를 상징하는 깃발처럼 보였다.

노인은 깡마르고 여윈 데다 목덜미에는 주름이 깊게 잡혀 있었다. 열대 지방의 바다가 반사하는 햇볕 때문에 그의 두 뺨에는 양성 피부암의 갈색 반점들이 나 있었다. 이 반점들은 얼굴 양쪽 훨씬 아래까지 번져 있었다. 두 손에는 큰 고기를 잡으면서 밧줄을 다루다가 생긴 상처가 깊게 파여 있었다. 어느 것 하나 새로 생긴 상처는 아니었다. 고기가 살지 않는 사막의 침식 지대만큼이나 오랜 세월을 지낸 상처들이었다.

두 눈을 제외하면 노인의 것은 하나같이 노쇠해 있었다. 오직 두 눈만의 바다와 똑같은 빛깔을 띠었으며 기운차고 지칠 줄 몰랐다.

 

해가 떠오른 지 벌써 두 시간이 지나서 이제는 동쪽을 바라보아도 그다지 눈이 아프지 않았다. 배가 세 척밖에 눈에 뜨지 않았고, 그 배들마저도 저 멀리 해안선 쪽에 나지막하게 떠 있었다.

평생 동안 이른 아침 햇살에 눈이 상했지,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하지만 내 눈은 아직도 멀쩡해. 저녁 해를 똑바로 바라보아도 눈앞이 캄캄해지지 않으니까. 저녁 햇살이 지금 햇살보다 훨씬 강한 빛을 내뿜는데도 말이야. 하지만 아침 햇살에는 눈이 따가워.

바로 그때 군함새 한 마리가 검고 길쭉한 날개를 활짝 펴고 그의 앞쪽 상공을 맴돌고 있는 것이 보였다. 새는 날개를 뒤로 쭉 젖히고 비스듬하게 수면에 급강하해 내려핬다가 다시 맴돌며 휙 하고 하늘로 솟구쳐 올라 선회했다.

"저놈이 뭘 찾아낸 모양이로구나. 그냥 먹이를 찾고 있는 게 아냐". 노인은 큰 소리로 말했다.

 

♣ 

바로 그때 낚싯줄을 지켜보던 노인의 눈에 물 위로 솟아 있던 초록색 막대기가 갑자기 물속으로 푹 잠기는 것이 보였다.

"옳거니! 옳거니!" 그가 말했다. 배에 세게 부딪치지 않도록 하면서 그는 노를 노받이에 가만히 올려놓았다. 그리고 오른팔을 뻗어 엄지손가락과 집게손가락으로 살며시 낚싯줄을 잡았다. 잡아당기는 힘도 무게도 느껴지지 않아서 그냥 낚싯줄을 가볍게 붙잡고 있었다. 이윽고 또다시 잡아당기는 것이 느껴졌다. 이번에는 시험 삼아 건드려 보는 입질인지 강도가 무게로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그는 모든 상황을 손바닥 들여다보듯이 훤히 알고 있었다. 180미터나 되는 바다 밑에서 지금 청새치 한 마리가 낚싯 바늘의 뾰족한 끝과 중간 부분을 덮고 있는 정어리들을 뜯어먹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노인이 직접 만든 낚싯바늘이 작은 다랑어 대가리로부터 불쑥 나와 있었다.

 

고기는 한결같은 속도로 움직였고, 배와 고기는 잔잔한 바다 위를 한가로이 헤엄쳐 나갔다. 다른 미끼들은 아직 물속에 있었지만 달리 손쓸 도리가 없었다.

"옆에 그 애가 있으면 좋을 텐데." 노인이 큰 소리로 말했다. 

"나는 지금 고기한테 끌려가고 있고, 내 몸은 밧줄 걸이가 된 셈이야. 이 줄을 어딘가에 단단히 잡아맬 수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했다가는 고기 놈이 줄을 끊어 버릴지도 몰라. 어떻게 해서든지 붙잡고 있다가 고기가 끌고 갈 때에는 줄을 더 풀어 줘야 해. 이놈이 물속으로 들어가지 않고 이렇게 옆으로 움직여 주는 것만도 천만다행이지 뭐야."

 

어쨌든 해가 떠오르니 한결 기분이 좋구나. 이번만은 해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아도 되고. 

낚싯줄에는 누런 해초가 달려 있었지만 노인은 해초의 무게가 오히려 고기에게는 짐이 될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흐뭇했다. 밤이 되면 그렇게도 인광을 번쩍이는 누런 모자반속의 해조였다.

"고기야, 나는 너를 끔찍이도 좋아하고 존경한단다. 하지만 오늘이 가지 전에 너를 죽이고 말 테다." 노인이 말했다. 

그렇게 되기를 빌자, 하고 노인은 생각했다.

 

바로 그때 노인은 오른손에 잡은 줄이 끌려가던 힘이 달라진 것을 느꼈고, 곧이어 물속으로 뻗은 낚싯줄의 경사가 달라지는 것을 보았다. 노인은 낚싯줄의  힘을 몸으로 버티면서 왼손을 허벅지에 세게 내리쳤고 그러자 줄이 비스듬하게 천천히 수면으로 떠오르는 것이 보였다.

"저놈이 이제 올라오고 있구나. 자, 손친구야. 자, 제발 어서 정신을 차려."

낚싯줄은 서서히 올라오더니 배 앞쪽 수면이 부풀어 오르면서 마침내 고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쉬지 않고 계속 올라오자 고기 주위에서 물이 쏟아져 내렸다. 햇볕을 받은 고기는 번쩍번쩍 빛이 났고, 짙은 자줏빛의 머리와 등, 옆구리의 연보랏빛 넓은 줄무늬가 햇살에 드러났다. 주둥이는 야구 방망이만큼 길쭉하고 결투용 쌍날칼처럼 끝으로 갈수록 뾰족해졌다. 고기는 다이빙 선수처럼 온몸을 물 위에 드러냈다가 유연하게 다시 물속으로 가라앉아 버렸다. 노인은 커다란 낫처럼 생긴 꼬리가 물속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낚싯줄이 빠른 속도로 다시 풀려 나가기 시작했다.

"이 배보다 60cm도 넘게 길겠는걸." 노인이 말했다.

 

노인은 족히 두 시간은 휴식을 취했다. 늦도록 달이 떠오르지 않아서 시간을 알아낼 방법이 없었다. 더구나 다른 때와 비교하여 푹 쉬었다는 것이지 완전히 휴식을 취한 것도 아니었다. 노인은 고기를 끌고 가는 힘을 여전히 어깨로 지탱하고 있었지만 왼손으로 이물의 뱃전을 잡고 고기의 무게를 조금씩 배 자체에 맡기려고 애썼다. 

만약 낚싯줄을 고정시킬 수만 있다면 참으로 일이 간단할 텐데, 하고 그는 생각했다. 하지만 그랬다간 저놈이 갑자기 조금이라도 몸부림칠 경우 줄이 끊어질 수도 있지. 줄을 잡아당기는 힘을 내 몸으로 지탱하면서 언제든지 두 손으로 줄을 풀어 줄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어야 해.

"하지만 이 늙은이야, 자네는 아직껏 한숨도 눈을 붙이지 않았잖은가." 그가 큰 소리로 말했다.

"반나절과 하룻밤, 또 하루가 지났는데도 잠 한숨 못 잤잖아. 고기 놈이 얌전하게 있는 동안 어떻게 해서든지 조금이라도 눈을 붙일 궁리를 해야겠는걸. 잠을 자지 않으면 머리가 흐리멍덩해질지도 몰라."

 

노인이 맨 처음 고기의 모습을 본 것은 고기가 세 번째로 선회할 때였다.

처음 보았을 때는 마치 시커먼 그림자 같았는데, 배 밑을 통과하는 데 시간이 너무 한참 걸리는 바람에 그 길이를 도저히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아냐. 녀석이 이렇게까지 클 리가 없어." 그가 말했다.

 

이제 노인은 실제로 고기가 있는 데다 자신의 손과 등이 아파서 꿈이 아니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두 손의 상처는 곧 낫겠지, 하고 그는 생각했다. 피를 깨끗이 닦아 냈으니 소금물이 낫게 해 줄 거야. 만의 깊은 바닷물보다 더 좋은 약은 없지. 이제 나는 오직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있기만 하면 되는 거야. 두 손은 할 일을 모두 잘 끝냈고, 우리는 지금 무사히 항구로 돌아가는 중이야. 고기는 아가리를 굳게 다물고 꼬리를 꼿꼿이 아래위로 흔들면서 우리는 지금 마치 형제처럼 항해하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그때 노인의 머리가 다시 약간 흐려지기 시작했다. 고기가 나를 데려가고 있는 건가, 아니면 내가 고기를 데려가고 있는 건가, 하고 그는 생각했다.

 

상어는 날쌔게 고물 쪽으로 다가왔고, 그놈이 큰 고기를 공격했을 때 노인은 쩍 벌린 아가리와 이상야릇한 눈알, 그리고 이빨을 쩔꺽거리면서 큰 고기의 꼬리 바로 위 부분을 물어뜯는 것을 보았다. 상어의 대가리가 물 밖으로 불쑥 올라오고 등 허리도 물 위로 드러났다. 큰 고기의 껍질과 살점이 뜯기는 소리가 들릴 때, 노인은 대가리를 겨누어 두 눈을 잇는 선과 코에서 등허리로 똑바로 뻗아 나간 선이 교차하는 지점에다 작살을 푹 찔러 넣었다. 

 

좋은 일이란 오래가는 법이 없구나, 하고 그는 생각했다. 차라리 이게 한낱 꿈이었더라면 얼마나 좋을까. 이 고기는 잡은 적도 없고, 지금 이 순간 침대에 신문지를 깔고 혼자 누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지만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그가 말했다.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하지만 고기를 죽여서 정말 안됐지 뭐야, 하고 그는 말했다.

이제부터 정말 어려운 일이 닥쳐올 텐데 난 작살조차 갖고 있지 않으니, 

 

미풍이 계속 불어왔다. 바람의 방향이 북동쪽으로 조금 바뀌었지만 노인은 바람이 자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멀리 앞쪽을 바라다보았지만 돛 그림자 하나, 선체 그림자 하나, 배에서 피어로르는 연기 한줄기 보이지 않았다. 다만 이물 쪽에서 양쪽으로 이리저리 날뛰는 날치와 물에 떠다니는 누런 모자반속 해조 더미가 보일 뿐이었다. 심지어 새 한 마리조차 볼 수 없었다.

노인은 고물 쪽에서 휴식을 취하며 원기를 돋우기 위해 청새치의 살을 가끔 뜻어 씹으면서 두 시간가량 항해해 나갔다.

바로 그 때 상어 두 마리 중 첫 번째 놈이 다가오는 것이 보였다.

"아!" 노인이 큰 소리로 외쳤다. 이 외침 소리는 다른 어떤 말로도 옮겨 놓을 수 없었다. 

 

"아무것도 없어. 다만 너는 너무 멀리 나갔을 뿐이야." 그는 큰 소리로 말했다.

노인이 조그마한 항구 안으로 들어갔을 때, '테라스'의 불이 꺼져 있었기 때문에 다들 잠을 자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산들바람이 꾸준히 불더니 지금은 점점 거세지고 있었다. 그러나 항구 안은 조용했고, 그는 바위 아래 조그마한 자갈밭에 배를 댔다. 

 

이튿날 아침에 소년이 판잣집 문 안을 들여다보았을 때 노인은 잠을 자고 있었따. 그날은 바람이 몹시 사납게 불어서 유망어선이 바다에 나갈 수 없었기 때문에 소년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아침마다 그랬듯이 노인의 판잣집에 와 본 것이었다. 소년은 노인이 숨을 쉬고 있는지 확인하고 나서 노인의 두 손을 보더니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 커피를 가져오려고 조용히 판잣집을 빠져나와 길을 따라 내려가면서도 줄곧 엉엉 울었다.

많은 어부들이 조각배 주위에 모여 서서 뱃전에 매달려 있는 것을 구경하고 있었다. 한 어부는 바지를 걷어 올리고 물속으로 들어가 낚싯줄로 고기 잔해의 길이를 재고 있었다.

 

"얼른 나으셔야 해요. 전 아직 할아버지한테 배울 게 너무 많으니까요. 또 할어버지는 제게 모든 걸 가르쳐 주셔야 해요. 대체 얼마나 고생하신 거예요? 

"많이 했지." 노인이 대합했다.

"그럼 드실 것이랑 신문을 가져올게요." 소년이 말했다. 

"푹 쉬세요, 할아버지. 약국에서 손에 바를 약도 사 올게요." 

"페드리코한테 고기 대가리를 주는 걸 잊지 마라;" 

"네, 잘 기억하고 있을게요."

소년은 문밖으로 나와 발길에 닳고 닳은 산호초 길을 따라 걸어 내려가면서 또 엉엉 울었다.

 

노인과 바다는 헤밍웨이가 쓴 소설로, 1952년에 발표되었다. 

이 소설은 쿠바의 노인 산티아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산티아고는 능력 있는 어부지만, 84일 동안 한 마리의 물고기도 잡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그와 함께 물고기를 잡던 소년 마노린은 부모의 지시로 더 능력 있는 어부를 따라가게 된다. 

그러나 마놀린은 산티아고에 대한 존경을 잃지 않고 그의 집에 매일 밤마다 고기잡이 도구를 정리해 주고, 먹을 것도 갖다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산티아고는 마놀린에게 자신이 고기를 잡을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멕시코만으로 떠난다고 말했다. 

바다에 나간 지 85일째 되는 날

산티아고는 멀리 멕시코 만까지 나간다. 그날 오후, 그는 마침내 거대한 청새치를 잡게 된다.

그러나 그는 청새치를 보트에 끌어올리기는커녕 오히려 그 청새치가 보트를 끌어당겨 훨씬 더 먼바다로 끌려간다.

산티아고는 이제 이 거대한 물고기와의 사투를 벌이게 된다.

이틀 동안 산티아고는 온몸으로 그물을 지탱한다. 

그는 며칠 동안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심각한 부상을 입으면서도 계속해서 청새치를 잡기 위해 노력한다.

지치고 고통스러운 상황에서도 그는 청새치를 형제라고 부르며 동정심을 갖기도 한다.

3일에 걸친 고생 끝에 청새치는 지친 기색을 보이며 보트 주변을 돌기 시작한다.

지친 산티아고는 남은 온 힘을 다해 청새치를 작살로 찌르면서 오랜 싸움을 끝내고 보트에 매달아 항구로 향한다.

하지만 배를 끌고 집으로 돌아오는 도중에 상어의 공격을 받게 된다.

첫 번째로 나타난 상어를 작살로 죽였고, 노에 칼을 묶어서 만든 작살로 나머지 상어들을 죽이고 쫓아버렸다.

그러나 그날 밤 상어 떼가 다시 찾아와 청새치를 뼈만 남기고 다 먹어 치워 버렸다.

 

아침해가 뜨기 전 산티아고는 무거운 돛대를 어깨에 메고 그의 집에 도착한다.

그리고는 침대에 쓰러져 잠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바다에 나가 있던 산티아고를 걱정하던 마놀린은 집에서 자고 있는 노인을 발견하고 안도감에 울음을 터트린다. 마놀린은 다시 그와 함께 물고기를 잡겠다고 약속하며 이야기가 끝나게 된다.

 

「노인과 바다」의 결말은 조금 비극적이지만 동시에 희망적이다.

산티아고는 거대한 청새치를 잡았지만, 그 청새치를 배에 끌고 돌아가는 도중 상어의 공격을 받아 결국 거의 모든 고기를 상어에게 빼앗기고 만다.

그는 물리적인 패배를 겪었지만, 그의 용기와 인내심은 그를 정신적인 승리자로 만들었다.

이 작품은 인간의 용기와 인내 그리고 노력에 대한 깊은 존중을 표현하고 있다.

 

출처:

[해밍웨이의 노인과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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